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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s Humaines]

근육은 항상 진동하고, 에너지는 방향성 부여에만 쓰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 킴스포… 날짜 : 2022-10-24 (월) 23:11 조회 : 442
















춤추는 근육

160년이 지난 1990년대로 가보자. 춤추는 꽃가루에서 근육 단백질로 주제도 바뀐다.
우리 주위의 모든 물질에는 화학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다. 그러나 화학물질을 그냥 놔두면 운동이 생기지 않는다. 움직이려면 근육이 필요하다.
걸음, 들어올리기, 회전은 뼈에 연결된 근육(골격 근육)에 의해서 일어난다. 골격 근육은 단백질인 액틴으로 만들어진 기다란 섬유 다발이다. 이 섬유들은 힘줄에 의해서 뼈와 관절에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근육을 사용하면 액틴 섬유가 수축하여 힘줄을 끌어당기고, 힘줄은 관절에 형성된 뼈를 끌어당긴다.
우선 액틴 섬유를 수축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액틴 섬유들은 미오신이라고 하는 특별한 단백질 열들 사이에 서로 맞물리면서 교대로 늘어서 있다. 일렬로 늘어서 있는 미오신 단백질들은 근육을 긴장시키기 위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액틴 섬유를 화학적으로 붙잡아서 끌어당기는데, 이는 마치 미세한 줄다리기와 같다. 이어서 수축된 액틴 섬유들은 힘줄을 끌어당기고 힘줄은 뼈를 끌어당겨서, 움직이거나 들어 올리거나 서거나 뛸 수 있게 한다.
물론 근육을 사용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미오신 단백질들은 화학적으로 저장된 에너지를 어느 어느 부분의 생물학적 과정은 이데노신삼인산 이라고 하는 분자 연료로부터 동력을 얻는다. APT가 화학적으로 분해되면 저장되어 있던 화학 에너지는 더 유용한 형태로 바뀌게 된다. 미오신 단백질은 기계적 운동을 하고 가까운 액틴 섬유를 끌어당기고자 APT에 저장된 화학 에너지를 사용한다.
어떻게 이런 미세한 기계적 과정이 실제로 일을 할까? 이에 대한 가장 쉬운 가정은 그것이 시계장치와 같이 규칙적인 역학 법칙에 따라서 단순한 기계처럼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계장치와 같은 근육의 역학 구조에서는 미오신 단백질에 ATP 한 분자를 주면, 미오신 단백질은 주변의 액틴 섬유를 한 번 끌어당기고자, 즉 액틴 섬유를 붙잡아서 그것이 이동하고 있는 반대 방향으로 수축시키고자 ATP를 ‘태워서’ 화학 에너지를 생산해 사용한다. 이런 미오신-액틴 조합이 한 묶음으로 있으면 완전한 근육이 된다. 액틴 섬유를 잡아당기는 미오신 단백질들의 협동이 힘줄과 뼈를 끌어당기고, 이런 작은 줄다리기로 우리는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근육의 이러한 시계장치와 같은 메커니즘은 그것이 간단한 일상생활의 기계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미력이 있다. 즉 연료 한 단위를 넣으면 미오신 운동이 한 번 일어나서 액틴 섬유를 한 번 끌게 된다. 다음 연료 단위가 들어가면 다음 운동, 다음 끌기······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자동차의 내연기관과 같은 기계들처럼 움직임이 계속된다. 자동차의 내연기관에서는 피스톤이 캠축을 돌려 연속적인 회전력을 발생시키면서 실린더를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든다. 이러한 일상에서의 자동차 기계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근육 단백질과 같은 복잡한 인체 과정이 이해될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인체 과정을 자동차 수리공이 BMW의 보닛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들을 분석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생명은 단지 크기를 줄이는 공학의 문제일 수 있다. 커다란 기계를 단순히 세포 정도의 작은 시계의 크기로 축소한 것이 생명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계적인 근육의 메커니즘은 일상의 단순성과 비슷하다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틀렸다는 데 문제가 있다.
1827년 브라운처럼 과학자들은 실제로 자신의 눈으로 사물을 알 수 있을 때까지는 좀처럼 만족하지 않는다. 1990년대 초반에 연구자들은 실제 분자의 행동을 직접 관찰할 수 있게 되자 근육 단백질의 모습을 포착해보려는 시도를 했다. 그것은 작동 중인 근육 기계의 스냅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런 연구자 중에 일본 오사카 대학의 야나니다 토시오의 연구진이 있었다. 야나기다는 미오신에 ATP를 넣어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측정하고 싶었다. 근육 단백질 기계가 작동하는 방법을 화학적으로 상세하게 알아내고자, 그는 단일 미오신 분자가 액틴 섬유를 따라서 스스로 운동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야나기다 연구진은 ATP에 의해 에너지를 받을 때 단일 단백질 분자가 하는 운동을 관찰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분자가 형광을 내게 하는 것과 같은 기술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현미경에서 분자에 레이저를 비추면 분자는 등재처럼 빛을 내서 자신의 위치와 운동을 나타내주었다. 이 기술에서는 ‘핸들’로 사용할 작은 구슬을 액틴 섬유의 끈에 매달았다. 에너지를 얻은 미오신 분자가 액틴을 라서 움직이는 동안, 레이저에서 온 빛의 압력은 액틴에 매달린 구슬에 초점을 맞추어서 앤틱을 제자리에 붙잡았다.
야나기다 연구진은 섬유를 붙잡고 미오신 단백질에 ATP분자들을 주면서 단일 미오신 단백질이 액틴 섬유를 따라서 일으키는 작은 움직임들을 검출하여 측정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
그들은 관찰을 통해 근육이 시계장치처럼 작동한다는 생각을 지워버렸다. ATP연료 분자 한 개를 미오신에 준다면 그것은 근처에 있는 액틴섬유를 따라서 한 걸음으로만 반응하지 않는다. 두 걸음, 세 걸음 또는 다섯 걸음을 걸을 수도 있다. 심지어 뒤로 걸을 수도 있다. 즉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미오신 분자는 마치 줄타기 곡예사의 위태로운 몸짓처럼, 액틴 섬유를 따라서 일정한 패턴 없이 거의 마구잡이로 춤을 추는 것으로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분자가 항상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앞으로 몇 걸음을 가지만 때로는 뒤로 몇 걸음을 물러나기도 했다. 또 때로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야나기다 연구진은 같은 조건에서의 서로 다른 미오신 분자들을 비교하여 또다시 거의 마구잡이인 결과를 얻었다. 즉 연료 한 단위를 주면 서로 다른 분자들은 서로 다른 수만큼 걸었다.
이러한 각각의 사례들은 그 자체로는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생물학은 괴상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과 식물은 좀처럼 예상에  들이맞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매우 복잡한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발견한 대로 비슷한 이야기가 모든 종류의 미소 생물학 과정들에서 모이고 있다. 끊임없는 움직임은 근육의 경우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경우에 있어서, 거의 마구잡이에 가깝거나 알아보기 어렵거나 예측 불가능한 특성을 보이는데, 이러한 성질들이 바로 세포에서 화학물질을 운반하는 운반체 분자, 정확한 기능을 지닌 모양으로 접히는 단백질 접힘, 효소의 작용, 심지어 DNA 분자의 기능 수행 등과 같은 생명의 기초가 되는 세포 과정들의 근본인 것으로 보인다. 생명의 기본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알아보기 어렵고 마구잡이이고 예측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많은 미소 기계들이 마구잡이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생명은 어떻게 작동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공학자가 그와 같은 기계를 만들었을까? 분명히 더 좋고, 더 효율적이고, 더 믿을 만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과학자들은 생명의 기계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저항해도 소용없다. 끊임없는 움직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 : http://www.seehint.com/HINT.asp?no=12635